Suzhou
22 곳쑤저우를 이야기하면 으레 물의 고장, 집집마다 강을 베고 있다, 동방의 베네치아 같은 말이 따라붙지만, 그 모든 표현도 '청일함' 한마디를 당하지 못한다. 쑤저우 성안을 걸을 때는 걸음을 늦춰야 한다. 좁은 골목, 푸른 나무, 흰 담장, 그리고 소리 없이 담 너머로 뻗어 나온 가지들이 있는 이런 분위기의 거리를 지나가면, 스쳐 가는 바람 한 줄기에도 주변 만물이 술렁인다. 쑤저우 성안의 오래된 골목, 살짝 닳아 매끈해진 청석, 은은한 나무 냄새, 대문 앞 푸른 이끼가 얼룩진 돌사자, 이것이야말로 쑤저우 성의 가장 깊은 꿈이다. 산탕제, 타오화우, 핑장루…… 거리 이름에서 배어 나오는 여유와 평화로움도 아무리 흉내 내려 해도 따라 할 수 없다. 시대의 상징인 광고판이 이 오래된 도시의 건축물에도 들어섰지만, 끝내 이 분위기를 깨뜨리지는 못했다는 점이 가장 부러운 대목이다.